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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 / 이문재 시인현대시/한국시 2016. 9. 4. 13:52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
이문재
나팔꽃처럼 나는 아침에
피어나지 못한다
엊저녁 젖은 길 바지에 매달려
흔들린다 아침에게 늘
미안하다
게으른 사람은 힘이 세다
아프도록 게을러져야 한다
아침 지하철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의 명령과......
점심에 먹을 개소주가 흘러나온다
두 눈 부릅뜨면 해를 볼 수 없다
병이 날 만큼 게을러 보고 싶다
시청역에 붙은 위장약 광고
꾸역꾸역 개찰하며 약봉지를 버린다
게으른 사람이 힘이 세다
게으르면 거짓말을 못한다
서머타임 시계바늘을 돌려놓으며
사람들이 욕을 한다
피로회복제를 먹는 점심
게으른 사람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
아플 만큼 한번 게을러야 한다
해바라기처럼 나는 노을을
놓아주지 못한다 늘 저녁에게
잘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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