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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 이성복 시인현대시/한국시 2016. 7. 11. 19:39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 이성복 시인
아, 사랑
가고 돌아오지 않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세 강의 발라드」한 달 전 감기가 낫지를 않는다.
아스피린을 통째로 먹고 쌍화탕 물 마시듯이 마셔도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이만 하면 얼추 떨어질 만도 한데, 자고 나면 또 머리가 자근거리는 걸 보면, 저로서도 뭔가 빌미를 찾는 것이다.
저로서도 좀 생색 나고, 하다 못해 좀 덜 구차한 퇴로를 찾는 것이다.
한번 내지른 울음 마냥 그칠 수만 없어, 울다말다 곁눈질하는 코찔찔이 아이처럼,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더 나은 할 일이 있으리라,
오래 전 떠난 사랑에게도 떠날 이유를 챙겨 주는 속 깊은 사람처럼.
- 「25.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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