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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자살을 꿈꾸었다 / 정성수 (1945-)현대시/한국시 2009. 6. 1. 10:17
한때는 나도 자살을 꿈꾸었다 / 정성수 (1945-)
<사람의 향내> 중에서
한때는 나도 죽음을 꿈꾸었었지
아스라한 무덤의 언덕 저 너머
꿈 같은 저승이 숨어 있는 줄 알았지
자살은
인간만의 위대한 예술이라고
신에게 띄우는 최후의 도전장이라고
나 자신에게 베푸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음독은 초라하고
나뭇가지에 목 매다는 것도 추하므로
사나이는 멋지게 할복을 해야 한다고
헐떡이면서 피비린내 풍기면서
웃기는 세상 숨가쁘게 웃어 주자고
죽음 곁에서 술 마시는 건 비겁하며
저주는 치사하고
용서는 치졸하다고
보이지 않는 바람같이 무심히 떠나자고
별 사이를 기웃거니는 떠돌이 혼도
도지 않겠다고
온전히 허공으로 사라지겠다고
나는 이 땅에 태어난 적도 없노라고
저물녘의 벌판에 서서
노을을 불살랐지, 쓰라린 기억마저도
나는 변절자인가?
시퍼렇게 오늘도 나는 살아서
소주잔 높이 들고
친구 홍상표에게 은밀히 속삭이다
지상이 천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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