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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입니다 / 이철환 (1962-)현대시/한국시 2009. 5. 31. 11:32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입니다 / 이철환 (1962-)
엄마는 밤낮으로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어두운 방에 있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찌릿찌릿했습니다.
동네 약사는 엄마가 영양부족 때문에 아픈 거라고 했습니다.
엄마에게 영양제를 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겐 돈이 없었습니다.
수업 시작 전, 친구 현모에게 책을 빌렸습니다.
현모 책 속에 육성회비 봉투가 들어 있었습니다.
엄마얼굴이 생각났습니다.
현모의 육성회비 봉투를 가지고 교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국에 가서 엄마에게 줄 영양제 한 병을 샀습니다.
오래 전부터 모아놓은 돈이라고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눈에 붉은 노을이 졌습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현모의 육성회비 봉투를 차마 버릴 수 없었습니다.
돈을 모으면 현모에게 다시 돌려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현모의 육성회비 봉투를 집에 둘 수 없어 책가방에 늘 가지고 다녔습니다.
내 가방 한 구석에서, 현모는 우연히 자신의 육성회비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현모의 육성회비를 내가 훔친 거냐고 선생님은 물으셨습니다.
말할 수 없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사랑이 많으신 선생님이 회초리를 드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모질게 나를 때리셨습니다.
너무나 아파서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를 때리시는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눈물이 매보다 더 아팠습니다.
선생님은 울고 있는 나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셨습니다.
삶의 굽이굽이마다,
나는 한 마리 연어가 되어 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슬플 때마다
선생님의 눈물을 생각했습니다.
행복할 때도
선생님의 눈물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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