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 현대시) 세상의 말 / 고은 시인(1933-)

밝은하늘孤舟獨釣 2018. 1. 15. 22:51

이 시는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발견한 시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은데 혼자서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힘을 내련다.


세상의 말 / 고은 시인

 

바람이 말할 때

그이의 머리칼은 날리고 치맛자락은 펄럭인다

바람이 말하지 않을 때

그이의 마을 깃발은 펄럭이지 않는다

 

하늘이 말할 때

그이의 옷은 다 젖는다

그이의 지분이 다 젖고

낙숫물이 분주히 떨어진다

 

꽃이 말할 때

그이의 얼굴이 환히 웃는다


바다 건너 동쪽땅 어디

온 세상은 파도가 된다 파도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