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 현대시) 농담 / 이문재 시인(1959-)

밝은하늘孤舟獨釣 2018. 1. 15. 23:15


이하의 시는 내 눈에는 참 잘 쓴 시다.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갖고서 평범하지 않게 표현한 점

내가 배울 점이다.


이 역시 수 년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맘에 들어 내 블로그에 올려야지 했다가

잊고 지내다 오늘 생각이 나서 여기에 올린다.



농담 / 이문재 시인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동서문학’ 199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