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 현대시) 밥 같은 시를 / 전은행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17. 9. 10. 22:40

출처: http://cafe.daum.net/kangmulpoem/9zNi/40


이하의 시는 다음 카페 <강물시문학예술원>에 실린 시이다.

요즘 시적 모색에 나태해진 나에게 자극을 주기 때문에 특별히 전은행 시인님의 허락을 받고 모셔왔다.


밥 같은 시를 / 전은행 시인 

 

고슬고슬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같은 시를 나는 쓰고 싶다

 

찰지고 말랑한 밥 한 숟가락 같은 시

목구멍으로 넘기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추운 겨울

시장 좌판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나이 든 아주머니 손에 들린

따근한 밥 같은 시를 나는 쓰고 싶다

 

뜨거운 그것을

한 숟가락 입에 넣어 호호 불며

세상 따듯한 말은 다 쓰고 싶다

 

남녀노소 누구나 먹는 밥 같이

물리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는

먹어도 먹어도 맛있는 시를

나는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