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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똥 / 안도현 (1961-)현대시/한국시 2009. 6. 3. 15:54
사라진 똥 / 안도현 (1961-)
뒷산에 들어가 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한 뼘이다
쭈그리고 앉아 한 뼘 안에 똥을 누고 비밀의 문을 마개로 잠그듯 흙 한 삽을 덮었다 말 많이 하는 것보다 입 다물고 사는 게 좋겠다
그리하여 감쪽같이 똥은 사라졌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산을 내려왔다
─똥은 무엇하고 지내나?
하루 내내 똥이 궁금해
생각을 한 뼘 늘였다가 줄였다가 나는 사라진 똥이 궁금해 생각의 구덩이를 한 뼘 팠다가 덮었다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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