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 정호승 (1950-)현대시/한국시 2009. 6. 4. 23:12
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 정호승 (195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중에서
어느 가을날
시신 없는 영결미사에 참석하고 돌아와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살고 싶은 삶 사이에다 침을 뱉았다
내가 고통받을 때마다
하느님도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내가 거역했던 운명과
내가 받아들였던 숙명 사이에다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낙엽 따라 길을 걸었다
개미 한 마리
내 뒤를 따르다가 별을 쳐다본다
나는 오늘도
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뼈 맞추기 / 전주호 (0) 2009.06.05 사랑이란 / 김후란 (1934-) (0) 2009.06.04 사라진 똥 / 안도현 (1961-) (0) 2009.06.03 [스크랩] 바람 만 불어 (0) 2009.06.03 사람 노래 / 김준태 (1949-) (0) 200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