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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뼈 맞추기 / 전주호현대시/한국시 2009. 6. 5. 15:22
목뼈 맞추기 / 전주호
<슬픔과 눈 맞추다>에서
목뼈가 욱신거려 통증클리닉을 찾았다. 치료실 1인용 침대에 엎어져 심판을 기다린다. 의사가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눌러본다. 경추 2번이 뒤틀어졌군요. 흉추 6번도 뒤틀어졌구요. 언제부터일까. 내 삶의 골조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무거운 꽃봉오리를 이기지 못하고 꽃대가 투둑투둑 꺾이기 시작한 것은.
틀어진 부분에 소형 인공위성처럼 생긴 activator gun*을 갖다댄다. 타앙!타앙! 정확하게 강타하는 총소리가 온몸을 뚫고 지나간다. 아니, 틀어진 삶이 화들짝 놀라 들썩인다. 목에 힘을 쭈욱 -- 빼세요. 힘주고 있으면 맞추기 힘듭니다. 의사가 닭목 비틀듯 휙 돌리자 우두두둑! 어긋나 있던 뼈마디들이 제자리로 들어앉는다.
어긋났던 뼈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뒤틀어진 내 삶은 누가 맞춰주지?
*activator gun: 틀어진 부분에 충격을 주어 뼈를 정상으로 돌리는 의료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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