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란 / 김후란 (1934-)현대시/한국시 2009. 6. 4. 23:14
사랑이란 / 김후란 (1934-)
사랑 이란 몸을 굽혀
너의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외롭고, 슬프고, 즐겁고, 화난
내가 미칠 것 같은 것이다.
내가 지상의 왕과 같은 것이다.
조락 직전의 은행 나무는
스스로 황금빛 물결을 쏟으며
고고히 열매 맺는 기쁨을 가졌다.
무심한 세월에 솟구쳤던 미움들이
일순 와르르 무너져 가고
헤어 날 수 없는 망각의 늪에서는
갈매기 떼가 한없이 날아오른다.
산마루에는 멈짓선 구름 한조각
발밑엔 은밀한 낙엽들의 뒤설레임
혼신의 몸부림으로 나목이 된
두개의 영혼은 무한히 살아
사랑이란 내가 죽도록
그 안에 안기어 가는 것이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1902-1934) (0) 2009.06.07 목뼈 맞추기 / 전주호 (0) 2009.06.05 사랑할 원수가 없어서 슬프다 / 정호승 (1950-) (0) 2009.06.04 사라진 똥 / 안도현 (1961-) (0) 2009.06.03 [스크랩] 바람 만 불어 (0) 200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