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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부 - 김사인 시인현대시/한국시 2021. 4. 17. 22:34
아래의 시는 처음 21년 4월 17일 포스트했다. 24년 4월 4일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픈'에서 소개되었다.
공부 - 김사인 시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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