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소나기 - 강계순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8. 1. 16:53

아래의 시는 7월 24일 <세상의 모든 음악>에 소개된 시이다.

 

소나기 - 강계순


한때는 우리의 사랑도
저렇지 않았으랴
사금파리 같은 햇살에 등을 태우고
채울 길 없는 갈증에 목이 메어서
고통 같은 결핍 언제나
울음으로 터지던 청청한 여름
전신으로 찾아 헤매던
우리의 그리움도 저렇지 않았으랴
사방에 물보라를 세우면서 쏜살같이
맨발로 달려와
염천 더위 한낮의 불붙는 땅을 적시고
검푸른 숲 뜨겁게 고인 침묵도
서늘히 흔들고
드디어는 분별없이 쏟아져
온몸으로 드러눕는 소나기의
전력 투구
한때는 우리의 열정도
저와 같지 않았으랴
팽팽하게 시위 먹은 짧고 날카로운 화살
세상 밖으로 쏘아대다가
끝내는 깨어져 자취 없어진
순수의 집중, 비산(飛散)하는
무지개같지 않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