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밥 생각 – 김기택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10. 30. 22:39

밥 생각 김기택 시인

 

차가운 바람 퇴근길 더디 오는 버스 어둡고 긴 거리

희고 둥근 한 그릇 밥을 생각한다

텅 비어 쭈글쭈글해진 위장을 탱탱하게 펴줄 밥

꾸룩꾸룩 소리나는 배를 부드럽게 만져줄 밥

춥고 음침한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밥

잡생각들을 말끔하게 치워버려주고

깨끗해진 머릿속에 단정하게 들어오는

하얀 사기 그릇 하얀 김 하얀 밥

머리 가득 밥 생각 마음 가득 밥 생각

밥 생각으로 점점 배불러지는 밥 생각

한 그릇 밥처럼 환해지고 동그래지는 얼굴

그러나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지면

다시 난폭하게 밀려들어올 오만가지 잡생각

머릿속이 뚱뚱해지고 지저분해지면

멀리 아주 멀리 사라져버릴 밥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