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전봇대는 혼자다 – 장철문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10. 30. 22:38

전봇대는 혼자다 장철문 시인

 

말라깽이 전봇대는 꼿꼿이 서서

혼자다

 

골목 귀퉁이에 서서

혼자다

 

혼자라서

팔을 길게 늘여

다른 전봇대와 손을 잡았다

 

팔을 너무 늘여서

줄넘기 줄처럼 가늘어졌다

 

밤에는 보이지 않아서

서로 여기라고

불을 켠다

 

서로 맞잡은 손과 손으로

기운이 번져서

사람의 집에도 불이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