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은행나무 – 박형권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10. 30. 22:40

은행나무 박형권 시인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어주면

햄버그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닢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맞나

낙엽 쓸어 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 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