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화이트 크리스마스 - 이홍섭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1. 26. 15:31

화이트 크리스마스 - 이홍섭 시인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이

사철나무 가지를

뚝 뚝 부러뜨리고 있다

 

눈은 내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지금 저 먼데서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몹시 아프고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설원을 건너

푸른 심줄이 돋아나는 그의 이마를 짚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창 너머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만 보고 섰는 것이다

 

눈은 나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어디선가 사철나무 가지는

뚝 뚝 부러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