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국수 - 이재무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4. 15. 22:36

국수 이재무 시인(1958-)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숨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 밑 거무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ㅡ출처 : 시집 저녁 6(창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