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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무도 없는 별 - 도종환 시인(1954-)현대시/한국시 2023. 9. 1. 10:17
벌써 선선해진 9월의 첫날이다.
완연한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를 얼마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별 – 도종환 시인(1954-)
아무도 없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폭풍우와 해일이 없는 곳에선
등 푸른 물고기도 그대의 애인도
살 수 없다
때로는 화산이 터져 불줄기가
온 땅을 휩쓸고 지나고
그대를 미워하는 마음 산을 덮어도
미움과 사랑과 용서의 긴 밤이 없는 곳에선
반딧불이 한 마리도 살 수 없다
때로는 빗줄기가 마을을 다 덮고도 남았는데
어느 날은 물 한 방울 만날 수 없어
목마름으로 쓰러져도
그 물로 인해 우리가 사는 것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낙엽이 지고 산불에
산맥의 허리가 다 타들어가도
외로운 긴 밤과 기다림의 새벽이 있어서
우리가 이 별에서 사는 것이다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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