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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 / 이승하 (1960-)현대시/한국시 2009. 6. 17. 17:11
예수 그리스도 / 이승하 (1960-)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한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술에 취해 밤거리를 헤맬 때
나를 용서하려 애쓰는 이가 어딘가에 있음을
안다네 그를 나는
‘거룩한 예수’라고 부르지
간음한 여자를 요서하면서
남을 용서할 줄 알아야
자기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던
근엄한 예수
나 지금도 짱돌을 들고 있는데 말야
분노에 휩싸여
잠 못 이루며 뒤척일 때
나를 용서하려 애쓰는 이가 어딘가에 있음을
안다네 그를 나는
‘가련한 예수’라고 부르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잔을 거두어달라고 했던
나약한 예수
나는 왜 가련하고 나약한 예수가
거룩한 예수보다 마음에 드는 것일까
<저자 소개>
196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6년 중앙대학에서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풍자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주요 저서로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과 지훈문학상, 중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문학나무』『시로 여는 세상』편집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목은 별로 호소력이 없었는데 읽자마자나를 자빠뜨렸다. 이 시는.
시가 이렇게 나를 어깨로 밀치기도 한다.
내가 약해졌기 때문일까 그런 예수가 좋다.
내가 바보가 되었기 때문일까 바보같은 예수가 좋다.
내가 타락했기 때문일까 거룩하지 않은 예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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