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주 / 정숙자 (1952-)현대시/한국시 2009. 6. 21. 13:18
서정주 / 정숙자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선생님, 저는 어제 단시를 하나 지었어요
그래 뭐라고 썼지?
제목이 숙명인데요 이슬에 관한 내용이에요
외울 수 있으면 외워 봐
나무들 손끝으로 받는 이슬을 풀잎은 몸 굽혀 허리로 받네, 예요
어디 뭐라고? 다시 한번 천천히 외워 봐
나무들~ 손끝으오 받는 이슬을~ 풀잎은 몸 굽혀 허리로 받네~
그는 창밖으로 담배연기를 길게 풀어 보냈다 그리고는
“나는 육십 년 동안 시를 썼어도 이슬 한 방울의 무게를 달아볼 생각은 못했어. 시는 누가 쓰든지 잘 쓰는 게 문제지 꼭 내가 써야만 되는 건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그 한마디는 내 문학인생에 주춧돌이 되었다
그날, 따라주신 맥주와 부라보! 웃음소리도
바위틈 난초로 뿌리내렸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임보 - 팬티 (0) 2009.06.21 사담 후세인 / 이승하 (1960-) (0) 2009.06.21 이명박 퇴임시계 / 박진환 (1936-) (0) 2009.06.20 유모차를 끌며 / 김규동 (1925-) (0) 2009.06.20 예수 그리스도 / 이승하 (1960-) (0) 200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