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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담 후세인 / 이승하 (1960-)
    현대시/한국시 2009. 6. 21. 13:20

    사담 후세인 / 이승하 (1960-)

    <사랑했을 뿐이다>에서


    사형을 당한다면

    떨어지는 칼! 참수斬首가 아플까

    목 죄는 밧줄! 교수絞首가 더 아플까


    너의 머리를 잘라야겠다 살로메가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잘라 쟁반 위에 올려놓았듯이

    자른 머리를 보고 껄껄껄 웃어주어야겠다

    목 졸려 죽은 사람들이

    네--라는 대답도 못 하고 혀 빼물고 운다면

    저승사자도 기절초풍하겠지만


    후세인들에게

    학살자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교수대에 너를 세워

    목을 옭아매 죽이기로 했다

    아랍의 영웅 후세인이여


    2006년도 몇 시간 남지 않은 시각

    수많은 사람이 폭죽 터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보신각 타종 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너는 허공에 매달렸다

    두건을 씌우지 말라고 뿌리치면서

    “미국인, 페르시아인들과 싸우라”*는 유언을 남겼다

    순교자처럼 의연하게 독립군처럼 당당하게


    나는 그날도 그 다음날도 무표정하게 잠자리에 들었고

    무표정한 세상

    죽기 직전의 그대만

    표정이 살아 있구나

    표정이


    *후세인이 죽기 전에 한 이 말 속의 페르시아인은 이란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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