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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정희 - 치마현대시/한국시 2009. 6. 21. 21:51
치마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 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를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 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우리시 2009.1월호>출처 : 碧 空 無 限글쓴이 : 언덕에서 원글보기메모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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