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바느질하는 손 – 황금찬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7. 29. 10:18

아래의 시는 7월 27일 토요일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느질하는 손 황금찬 시인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아내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장난과 트집으로 때묻은 어린놈이

아내의 무릎 옆에서 잠자고 있다.

 

손마디가 굵은 아내의 손은

얼음처럼 차다.

한평생 살면서 위로를 모르는 내가

오늘따라 면경을 본다.

 

겹실을 꿴 긴 바늘이 아내의 손끝에선

사랑이 되고

때꾸러기의 뚫어진 바지 구멍을

아내는 그 사랑으로 메우고 있다.

 

아내의 사랑으로 어린놈은 크고

어린놈이 자라면 아내는 늙는다.

 

내일도 날인데 그만 자지,

아내는 대답 대신

쓸쓸히 웃는다.

 

밤이 깊어질수록 촉광이 밝고

촉광이 밝을수록

아내의 눈가에 잔주름이

더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