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여름밤이 길어요 - 한용운 스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7. 29. 10:20

아래의 시는 어제 7월 28일 일요일 오전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여름밤이 길어요 - 한 용 운

 

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

책력의 내용이 그릇되었나 하였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벌레가 웁니다

긴 밤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 슬픈 음악이 되고 아득한 사막이 되더니 필경 절망의 성() 너머로 가서 악마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깨어서 일천(一千) 토막을 내겠습니다

당신이 계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