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바보 이력서 – 임보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8. 30. 11:4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바보 이력서 임보 시인

 

친구들은 며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

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

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

어리석게 문과 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

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

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

남으로 갔을 때

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

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낸 눈은 항상 더디고

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햔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

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와 평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