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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현대시/한국시 2009. 7. 4. 16:24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일기장 / 조윤주


    일기장은

    기억의 냉장고야



    하루에

    보고 듣고 한 일

    싱싱하게 보관해 주는



    그냥 내버려 두면

    쉽게 상해 못 먹게 되는

    음식처럼



    기억도 생생할 때

    보관해 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게 돼



    엄마가 장 봐 온

    채소를 다듬듯이

    하루에

    일어난 일

    잘 다듬어서 넣어 둬야지



    심심할 때

    오래된 일기장

    꺼내 읽으면



    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어있던

    옛날의 기억이

    살살 녹으면서



    달콤한

    추억

    맛보게 해 줄 테니까.

    당선소감 - 동심 보는 눈 더 키울게요

    어릴 때 아버지는 가끔 일기장 검사를 하셨습니다.

    형제들을 모아 놓고 긴 훈시가 끝날 때쯤 일기장을 가져와 봐라, 했습니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한 사람이라도 일기가 미루어져 있거나 글씨가 흐트러져 있으면 호통을 쳤습니다. 일기장 검사는 우리들의 성실성에 대한 확인이셨습니다. 일기장을 다 쓰면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 묶음으로 엮어 주셨습니다.

    중학생이 되자 더 이상 일기장을 가져오라는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 하지만 일기를 쓰지 않으면 하루가 정리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오래 전 일기장을 꺼내 읽으며 달콤함에 젖기도 합니다.

    명장도서관 디딤돌 회원들과 달맞이고개에 있는 화랑 전시회에 갔다가 당선 소식 들었습니다. 꿈이 아닌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게 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이 기쁜 소식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심을 보는 눈을 키워주신 김재원 선생님께 이제야 기쁜 소식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채찍과 격려 아끼지 않았던 선배님들, 친구들, 글나라 문우들, 그리고 편지가족과 디딤돌 회원님께 고마움 전합니다. 항상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가족과 형제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이 기쁨 나누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사에도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윤주 / 1963년 경남 하동 출생. 안락초등학교 방과후 논술 지도. 편지가족 부산·경남 회원. 명장도서관 디딤돌 회원.

    심사평 - 흔한 소재에 시적 환상 심어

    한 편의 좋은 시를 읽는 것도 행복이다. 그만큼 좋은 시는 오염된 우리들 마음을 치유하고 무한한 위안과 즐거움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다들 새로운 좋은 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올해 동시부문 응모자는 223명으로 무려 1천45편이나 되는 많은 작품이 들어왔고, 응모 편수가 늘어난 만큼 수준 높은 작품도 많아 심사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6편으로 김희철의 '지우개', 채영의 '할머니의 재봉틀', 김환의 '털실감기', 이현주의 '사과의 길', 조윤주의 '일기장', 최경실의 '다보탑을 만드는 엄마'이다.

    '지우개'는 새로운 발상이긴 해도 지우개의 참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며, 이제는 낡아 거실 한 구석에 먼지를 쓰고 있는 '할머니의 재봉틀'은 시적 환상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한 점은 보이지만 이미지를 좀 더 응축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털실감기'는 아름다운 전경을 시적 감성으로 그렸지만 풀고 감고 하는 단순한 이야기보다 이 겨울 털실처럼 따스한 사랑이 들어 있다면 좋은 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과의 길'은 서술에 순서가 바뀐 느낌이 들지만 이렇게도 동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이다. '다보탑을 만드는 엄마'는 참신한 발상과 끝부분이 시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일기장'은 흔하게 다루는 소재인데도 무리한 기교 없이 차분하게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가면서 시적 환상과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 있으며, 함께 보낸 다른 시도 수준 이상이라 올해의 당선작으로 뽑았다.

     

     

    출처 : http://www.litopia21.com/bbs/zboard.php?id=litopiajakpum&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85

    출처 : 짱가족
    글쓴이 : 푸르른날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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