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습작시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 밝은하늘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7. 11. 15:46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 밝은하늘

2009/07/10(금)


나이가 먹을수록

더 많은 부고를 접하고

장례식장을 찾아

돌아가신 분을 위해

연도를 바치고

술잔을 기울이고

내 마지막을 생각한다


장례식장은

망자를 떠나보내는 이별의 장소

망자와 헤어지는 송별의 장소

그러나 동시에

마지막으로 망자와 만나는 만남의 장소

망자를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

나 역시 망자를 통해

평소 안부 궁금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기쁜 척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 순간

이재무 시인(1958-)의 낙엽이 떠오른다


  시를 지망하는 학생이 보내온

  시 한 편이 나를 울린다

  세 행짜리 짧은 시가 오늘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한 가지에서 나서 자라는 동안

  만나지 못하더니 낙엽 되어 비로소

  바닥에 한 몸으로 포개져 있다"


  그렇구나 우리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로만 안부 챙기고 만나지 못하다가

  누군가의 부음이 오고 경황 중에 달려가서야

  만나는구나 잠시잠깐 쓸쓸히 그렇게 만나는구나

  죽음만이 떨어져 멀어진 얼굴들 불러 모으는구나


내 비록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지를 못했으나

한 때는 그렇게

살고자 했었나니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안 들어

고민했었다네


하느님

돌아가신 친구의 아버님

안 안드레아의 영혼과

돌아가신 성당 선배의

어머님의 영혼을

당신의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은 품에

받아주시어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그리고

오늘 49재를 지낸

노 전 대통령의 영혼도

당신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