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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 /김수영 (1921-1968)현대시/한국시 2010. 3. 3. 22:33
性 /김수영 (1921-1968)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 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 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뜩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의 순간이다 황홀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 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또 속고 만다
(이 시는 본래 2008년도 안도현 시인의 한겨레신문 연재글에 소개된 시인데, 평이한 문장 같지 도저히 시 같지 않은 시라 여겼던 시다. 이런 시도 있기에 이 곳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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