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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몸 / 정끝별 (1964-)현대시/한국시 2010. 3. 1. 12:24
바로 몸 / 정끝별 (1964-)
똥을 누며
이건 어제 점심에 먹은 비빔밥
이건 어제 저녁에 먹은 된장찌게
오줌을 눌 때마다
이건 새벽 갈증에 마신 생수 한 컵
이건 아침에 마신 커피 한 잔
늘 손익분기점 제로를 유지하려
개진하는 몸
반성하는 몸
몸을 부린 만큼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프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헛바람이 들고
몸에 겨운 사랑 앞에서는 늘 신열이 난다
몸에 넘치는 것들은
몸을 불리는 독이 되고
몸에 부족한 것들은
몸을 파고드는 못이 된다는 걸
몸이 늘 먼저 안다
정끝별 시집 『 와락 』,[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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