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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기도 / 이대근현대시/한국시 2010. 4. 3. 12:02
詩人의 기도 / 이대근
나의 詩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떠 올린
첫 우물물이게 하소서
나의 詩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편의 詩를 쓰게 하시되
그 詩가 나의 삶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詩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詩는 침묵임을 아오니
詩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멀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
출전: 이대근,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않게 하소서> 사람과 사람, 1998.
이 詩는 시인의 1998년도 평화신문 당선작이다.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편의 詩를 쓰게 하시되
그 詩가 나의 삶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詩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바로 위 제3행은 심사위원 중에 한 분이던 김남조 詩人의 눈에 특히 돋보였던 부분이다. 나 역시 詩를 쓰는 자세로서 이 보다 더 멋지게 表現한 詩를 못 보았다. 이 부분을 대하며 나의 詩를 쓰는 理由와 目的을 다시금 省察하게 된다.
*저자 소개*
-충북 충주 출생.
-1993년 사제 서품.
-1996년 <문학과 意識> 신인상에 시 "까치집" 등 5편 당선.
-199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시인의 기도"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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