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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천주교 부활절 메시지, 대전과 안동교구 제외하곤 4대강 언급 안 해
    아름다운 인생/종교 2010. 4. 3. 13:42

    천주교 부활절 메시지, 대전과 안동교구 제외하곤 4대강 언급 안 해
    -서울대교구 등, 낙태문제만 언급하고 넘어가..대부분 사회문제 발언 없어
    2010년 04월 03일 (토) 10:21:53 한상봉 isihan@nahnews.net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지난 3월 12일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로 정부와 보수언론의 대응이 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중앙일보>에서 김진 논설위원은 주교단이 과학의 문제를 종교인들이 섣부르게 재단하고 나섰다고 공박하며 "주교들은 완벽한 존재인가?" 물었다. 

    "주교들은 수자원·토목 전문가가 아닌데 무슨 근거로 (4대강 사업이) ‘치명적인 손상’이라고 판단하는가?"하고 따졌다.  주교단은 4대강 사업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으며, 주변의 반대파의 의견만 듣고 찬성파의 의견을 소홀히 하면서 성급하게 비과학적 입장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 참에 2008년 여름 쇠고기 촛불사태 때 "불법과 미신의 흙탕물에 뛰어들어 사제복을 적셨다"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판했는데, 쇠고기 문제 역시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과학의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공박했다. 이처럼 주교들은 4대강 사업 역시 과학의 문제인데도 전문가도 아니면서 월권을 하면서까지 나서는 바람에 "국가적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독재가 사라진 이성의 시대엔 사제들도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충고까지 남겼다. . 

    이어 <중앙일보>는 4월 1일에 박효종 교수의 시평을 통해 주교단과 천주교 사제들이 지나친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고 따졌다. "속(俗)’을 성(聖)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제부터 교회가 수자원과 토목학의 영역에 관여하기 시작했는가" 물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교회가 "낙태나 인권 문제에서 교회는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면서도, 유독 4대 강 사업 반대운동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일이 아닌 카이사르의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4대강 문제뿐 아니라 사제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것을 문제삼고 있으며, 특히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 활동을 걸고 넘어졌다. 

    박효종 교수는 "지금 많은 신자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편한 마음도 바로 그런 것"이라며 "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성(聖)’과 ‘속(俗)’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정의평화위원회의 활동이 못마땅하지만 목소리를 냄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찬성과 반대의 둘로 나누기보다는 참음으로써 가톨릭 공동체를 온전한 공동체로 보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4대강 반대를 표명한 주교단의 성명에 대해 "목자도 ‘속’의 일을 ‘성’의 일로, ‘과학’의 영역을 ‘신앙’의 영역으로 착각하는 등 스스로 무지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책무는 있다"고 훈계했다. 또한 이번 주교단의 성명서처럼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나 환경주의자만이 진정한 ‘가톨릭교회다움’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부나 주교가 있다면,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하거나 고래를 보고 물고기라고 하는 어리석음에 비견될 만큼 신앙과 과학을 혼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공박했다. 

    그는 다시 한번 친절하게 "생명의 말씀을 듣고자 성당에 갔는데 뜻밖에 세속적인 4대 강 이야기를 들으니 그 참담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신자는 성당에 가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싶은 것이지, 평소에도 수십 번씩 식상할 정도로 듣는 세속 이야기를 또 듣고 싶어 하는 게 아님을 교회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3월 25일자 <동아일보>에 "성당에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습니다"라는 제목의 하단 통광고를 통해 주교단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선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들은 광고를 통해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부사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은 천주교 사제들이 할일이 아니"라며, "선동적인 만화를 제작하여 전국 교회에 배포하면서까지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은 정치활동이지 교회 가르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주교들이 "일부 사제들이 좌경화되어 교회의 영역을 일탈하여 과격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미사 드리기가 무섭고, 강론 듣기가 두렵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4월 4일 부활절을 앞두고 미리 발표된 천주교 각 교구장 주교들의 부활절 메시지의 내용이 각양각색이어서 도대체 주교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신자들은 혼란을 있다. 의정부 교구의 이한택 주교는 "요사이 우리 교회도 정치적 이슈들로 여러 가지 형태의 유혹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교회가 (특히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어디까지 관여할 것인지 많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우회적으로 4대강 문제에 접근하는 사제들의 행보를 단속하고 있다.

       
    ▲ 유흥식 대전교구장
    4대강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부활절 메시지에 담은 교구는 대전교구와 안동교구 뿐이다. 대전교구의 유흥식 주교는 "주교회의에서 한국의 모든 주교님들께서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심각한 마음을 표현하셨다"면서 3월 12일에 발표된 주교단의 성명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단기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신앙인들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 권혁주 안동교구장
    안동교구의 권혁주 주교는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주님을 따르며 새 생명의 길인 부활의 삶을 사는 중요한 징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지으신 생명들을 돌보고 살리면서 생명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라며, "특히 경제개발이라는 인간의 이기적인 안락함을 위해 희생되는 무수한 생명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그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불이익이나 박해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힘과 맞서 저항하면서 그 예언자적인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주교단의 성명서 내용을 소개했다. 

    한편 서울대교구의 정진석 추기경과 원주교구의 김지석 주교, 청주교구의 장봉훈 주교는 부활절 메시지에서는 3월 12일 발표한 주교단 성명서의 두 축인 낙태문제와 4대강 문제 가운데 태아생명 보호 차원에서 '낙태문제'만 다루고 있을뿐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한 줄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밖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 수원교구(이용훈 주교), 원주교구(김지석 주교), 대구대교구(조환길 주교), 부산교구(황철수 주교), 마산교구(안명옥 주교), 광주대교구(김희중 주교), 전주교구(이병호 주교), 군종교구(이기헌 주교)에서는 부활절 메시지에 주교단의 성명서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주교회의 상임의장이기도 한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는 "오늘의 세상은 무덤같다"며 우리 사회를 포괄적으로 비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거짓과 속임수가 너무 판을 치고, 편법과 비리가 정도를 이기고, 부정과 술수가 정의를 숨 막히게 한다고 비판하며, "법을 바르게 집행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 우리 자녀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선도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까지 쉽게 불의와 타협한다"고 탄식했다. 이어 "오늘의 세상은 무덤"같지만, 잘 살펴보면 무덤 같은 세상에도 "예수님 뒤를 이어 그 사랑을 묵묵히 살고 실천하는 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희망을 주었다. 

    이번 부활절 메시지는 3월 12일의 주교단 성명서 발표 이후로 처음으로 나온 천주교 각 교구를 대표하는 주교들의 입장이어서 주교단의 관심사가 주교마다 제 각각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주교들은 성탄절이나 부활절을 즈음하여 현실을 살아가는 신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 메시지를 발표하여 현실을 복음 안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는 주교단의 실질적인 일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들고 있다.  

    또한 보수언론과 정부의 파상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4대강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주교단의 태도가 '정치적'이라는 판단에 대해 교회가 충분히 해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결국 주교들은 각 사목현장에서 4대강을 둘러싸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구구한 해명에서 비껴가려고 한다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어느 사제는 이번 부활절 메시지를 보고 "주교단은 완벽한 존재인가? 전문가도 아니면서 왜 발언하냐?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비난에 대해서 주교들이 정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몇 몇 교구를 빼고는 대부분 주교회의 성명서조차 신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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