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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시인 (1943-)현대시/한국시 2011. 5. 23. 20:56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시인 (1943-)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시인 소개>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영남대 문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선집 『청산행』, 시집 『열하를 향하여』외 8권이 있음.
에세이집으로 『손수건에 싼 편지』,
저서로 『시학』, 『작가연구의 실천』등이 있음.
1993년 시집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김수영문학상 수상,
1998년 시집 『유리의 나날』로 시와 문학상 수상.
1976년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역임.
1995년 뉴욕주립대 방문교수를 지냄.
현재 영남대 교수로 재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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