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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오타
    현대시/한국시 2011. 8. 21. 10:57
    오타/ 전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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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 전태련

     

     

    컴퓨터 자판기로

    별을 치다 벌을 치고

    사슴을 치다 가슴을 친다

     

    내 수족에 딸린 손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마음은 수십 번 그러지 말자 다짐하지만

    남의 마음같이 느닷없이 끼어드는 오타

    어찌하랴,

    어찌하랴,

    입으로 치는 오타는

    여지없이 상대의 맘에

    상처를 남기고 돌아오는 것을

    한번 친 오타 바로잡는 일 이틀, 사흘

    그 가슴에 흔적 지우기 석 달 열흘

     

    숱한 사람들 마음에 쳐 날린 오타들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여전히 비뚤어진 채

    못처럼 박혀있을 헛디딘 것들

     

    어쩌면 생은 그 자체로 오타가 아닌가

    그때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는가

    곧을 길 버리고 몇 굽이 힘겹게 돌아치진 않았는가

    돌아보면

    내 삶의 팔 할은 오타인 것을

     

     

    -시집 『바람의 발자국』(문학의전당,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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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히 서두르지 않아도 무심코 자판이나 휴대폰 문자를 두드리다 보면 흔히 오타가 나온다. 침착하게 바로잡으면 그만이지만, 리얼타임에서 오타가 수습 안 돼 전혀 엉뚱한 의미로 상대에게 읽히기도 한다. 여행을 떠난 아들에게 보낸 엄마의 문자 ‘지금 어디쯤 기고 있니?’ 초등생 손녀가 할머니에게 보낸 기특한 안부문자 ‘할머니, 오래 사네요!’ 이 정도는 오타라 해도 애교로 봐 넘길 수 있다.

     

     살아가며 헛 나온 말에 의해 상처와 못이 되어 남에게 박힌 일이 어디 한 두 번이겠나. 본의 아니게 불쑥 입으로 뱉은 오타도 있겠지만 화를 참지 못하거나 감정조절이 안 되어 튀어나온 오타로 결국 자신까지 상처를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삶의 행로가 그렇거니와 말의 길도 생각만큼 정확하고 반듯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힘들 수 있다. 자녀들에게 가장 큰 상처의 말이 "네가 제대로 하는 게 뭐 있냐"이고, 부모가 자녀로부터 가장 크게 상처받는 말 역시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요"란다. 모두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된다고 느낄 때 박히는 대못들이다. 마음속에 박힌 못의 상처는 뽑아내도 흔적은 남고 석달 열흘이 흘러도 상흔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은 그 자체로 오타’이긴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그 오타는 줄일 수 있다. 당장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네가 가장 소중하단다" 부모에게는 "누구보다 아빠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해요" 남편에게는 "당신밖에 없어. 당신이 최고야" 아내에게는 "당신을 만난 게 가장 큰 축복이고 행운이야"라고 넌지시 속삭여 보자. ‘내 삶의 팔 할은 오타’라며 회한에 젖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정타’를 마구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권순진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공공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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