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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올해의 우수문학도서 최종천 시인의 『고양이의 마술』 선정현대시/시창작 관련 2012. 3. 22. 22:26
출처: 실천문학사의 아래 홈페이지에서
http://www.silcheon.com/sub05/index.asp?idx=498&menu=1&pmenu=content&category=notice
2011년 올해의 우수문학도서 최종천 시인의 『고양이의 마술』 선정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이 지난 2011년 매 분기마다 발간된 국내 신간 문학도서 가운데 엄정한 심의를 거쳐 선정, 보급했던 우수문학도서 총 241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가리는 '올해의 우수문학도서' 문학전문가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심사는 시, 소설, 아동 청소년 부문 심의위원들이 분기마다 미리 추천해줬던 우수도서 후보작 총 23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임규찬, 고인환, 오창은 이 세명의 문학평론가가 최종 심의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에 시 부문에서는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된 최종천 시인의 『고양이의 마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평과 선정소감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정평_
『고양이의 마술』은 관념적인 시와 사랑에 대해 실천적인 노동과 性을 대비시키면서, 그것을 복권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노동 현장에서의 깨달음을 긍정한다. 예술적 장치에 의존하는 달변이 아니라 노동자의 꾸밈없는 눌변에서 세계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노동자의 세계인식을 비유적 장치가 아니라 ‘전언’의 형태로 길어 올린, 시인의 실존과 시의 육성이 정직하게 합치하는 시집을 발견하게 된다."
선정위원 / 장이지 허연 조정 문인수
선정소감_
그러니까 내 시집 고양이의 마술이 평론하시는 분들에 의해 가장 좋은 시집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소감을 쓰려면 가슴이 아린다. 왜 노동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노동에 대한 평론은 왜 없는지, 좌당간 내게 오늘 유난히 좋은 일이 있는 듯 오늘 작업하면서 설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로지 일 밖에 모르는 동료들이 이젠 밉다.
우리 시는 대부분이 생활에 밀착하여 그야말로 써지는 시들이다. 그건 시를 시로 대하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마누라를 마누라로 대하듯 시를 시로 대하는 그런 태도가 있어야 한다. 마누라는 내 것이 아니다. 시도 내 것이 아니다. 마누라를 내 것으로 착각하고 나면 마누라와 섹스를 공짜로 한다고 하는 착각이 생긴다. 애당초 공짜인 것이 하나도 없다. 시를 생활에 밀착해 쓰는 것은 무의식이고 공짜로 쓰는 것이고 그렇다. 그건 프로 근성의 문제이지 않나 생각된다. 대한민국 국민성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강하다. 하여 무엇이든 맹목이 된다. 하여 졸렬과 치졸이 된다. 언제까지 그 편을 들어 줄 것인가? 언어는 정신을 견인한다.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하나가 일을 못해서 생활비를 마누라한테 가져다 주지 못했는데 몸 한번 섞는데 더도 말고 백만 원만 내라고 한다고 한다. 그와 나는 일당이고 일당 인생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는 나와는 다르게 일을 잘한다. 노동에도 상을 준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수상소감 쓰는 날을 잘못 잡은 것 같다. 그러나 마누라 얘기를 음담이라고 하는 독자들이여, 나는 내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소망한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내 시에는 마누라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혼 사유가 마누라를 내 것으로 하기 때문이다. 마누라는 나의 것이 아니고, 나도 나라고 할 것이 정작은 없을 것이다.
담당자분과 통화를 했는데, 상금은 없고 상패와 선물 같은 것이 주어진다고 한다. 참 좋은 일이다. 문학상 중엔 엄청난 금액을 주는 것도 있다. 이것도 맹목이요 치졸이고 졸렬이다. 뭐 수억을 준다 해서 손이 적어서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수표로 줄 거니까 말이다. 우리의 이성은 이렇게 빛난다. 우리는 이성을 여우와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금액은 노동자를 겹으로 죽이는 일이다. 나는 이런 일에 분노하고 있다.
대다수의 시인들이 모르는 것을 평론가들은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시는 어디까지나 시일 뿐이라는 진리이다. 시인들의 골을 평론가들이 때려 주지 않는다면 누가 할 것이냐? 평론은 작품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하는 것의 일면에는 이러한 진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론의 생리기도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세계를 평론하고 비판하는 입장에서 시를 쓰고 있다. 지금 이렇게 수상소감을 쓰고 있는데, 어떤 시인분이 놀자고 먹자고 전화가 왔다. 나는 지금 현재 일을 하고 있어서 같이 할 수는 없으나, 내가 노동을 하기 때문에 당신이 놀면서 시를 쓸 수 있는 것만 알고 즐기시라고 했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내 시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최종천 시인_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하여 등단했다. 시집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고양이의 마술』 등이 있다.'현대시 > 시창작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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