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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연기 / 강우식 시인 (1941-)현대시/한국시 2012. 12. 8. 19:32
굴뚝 연기 / 강우식(1941-)
눈이 온 저물녘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는
어느 집에서 옥동자 낳았다고
하늘에 알리는 것 같아
너무나 경사스럽다.
가정집에서 하늘에 알리는 일로
연기밖에 뭐가 있겠는가.
로마 바티칸 성당에서도
새 교황을 세웠을 때
하늘에 알리는 신호로
연기를 피워 올리지 않았는가.
아니 그런 성스러움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저녁 한 끼를
오붓이 즐기기 위해
된장찌개라도 끓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피워 올리는
연기는 어떤가.
너무나 평화롭고 정겹지 않은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눈 내리는 저녁이면
어떤 연기든 다 받아줄 것 같다.
지금 같은 어스름으로 물들어가며 기우는
북녘 땅 어느 산간에서 피워 올리는
한 끼조차 어려운 맥 풀린 굴뚝 연기조차
긍휼히 여기시며 받을 것 같다.
**시인 소개**
1941년 강원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행시초> <어머니의 물감상자> <바보 산수> <바보 산수 가을 봄> 등.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출처**
현대문학 2012년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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