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성장

(자아성장) 미즈넷의 아름다운 글(김양웅님의 글): 늙는다는 것은 "시린 서글픔"이다.

밝은하늘孤舟獨釣 2014. 10. 31. 16:29

출처: http://bbs.miznet.daum.net/gaia/do/miztalk/love/coupletalk/default/read?articleId=620989&bbsId=MT006


늙는다는 것은 "시린 서글픔"이다.

글쓴이: 김양웅 님

문득

빛 부신 가을햇살에

 

안동의 낙동강과

촘촘하게 너울대는 가을능선의 모습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한시간에 한대에서 두대정도 있는 안동대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동서울터미널행 전철을 타고 가던 중

 

걸려온 전화에..전화를 받다 강변역인줄 알고 급하게 내린곳이 구의역이었다.

차시간은 11시 10분

남은 시간 6분

 

여튼 터미널 입구를 벗어나려는 차를 향해 뛰었고..버스를 탔다.

비록 아드리아해의 하늘처럼 눈부신 가을빛에도 불구하고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

땀이 제법 속옷을 적시고 있었다.

 

~중략~

 

꾸벅 잠이 들었나 보다.

 

라디오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타령조의 메들리라 은근 신경이 거슬려 잠에서 깨었다.

 

운전기사분이 틀어놓은 라디오인가? 했는데

앞에 앉은 머리 희끗한 70후반으로 보이는 두 노인부부의

종묘앞에서 흔히 3만원 내외에 팔리고 있는 중국산 MP3임을 알게 되었고..

노인부부인지라.

차마 꺼달라고 말할 수 없어

애써

그 메들리에 몰입하여 흥을 느끼려고 노력하였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뒤에 않은 70정도로 보이는 농부타입의 다소 초라한 옷차림을 남자분이

언성을 높였다,

 

"잠 좀 자자고.."

 

앞자리에서 노년의 남편이 아내에게 소리를 죽이라는 연 이은 부탁에도

메들리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너무 일반적이지 않는 모습인지라

눈을 뜨고 의자를 세운 후, 앞자석을 보니

민망함과 낭패감등이 복함된 노년의 남편의 모습과

연신 메들리에 맞춰 손을 흔드는 아내의 모습에서

 

순간

치매인가?

란 생각이 스쳐갔고.

앞자석의 노년의 남편분에게

이어폰이 있으니 끼워드리겠다..했다.

 

그르렁대는 엔진소리와 창문밖의 바람소리와 함께

차 안은 고요해졌다.

 

연신 두손을 하늘로 올리고 앉아 춤을 추는 노년의 부인과

잠깐 잠깐 애원섞인 목소리로 제지하려는 노년의 남편..

 

문막을 지나 신림으로 가는 길에

노년의 부인이 일어섰다.

앉아있기 불편하다는 듯 했고

아내를 이기지 못한 남편은 체념한듯 보였고

아내는 통로에서 서서 의자옆을 가슴으로 잡고 구부린체로 한동안 있었다.

 

상황을 이해한듯한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부는 5분정도 정차한 안동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의자에 잠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부신 햇살 때문인지

듬성한 백발의 두 부부 머리를 더욱 하얗게 보였다.

멍한 모습의 아내와

피곤한 모습으로 아내를 연신 챙기는 검버섯 핀 노년의 남편의 모습에서

찌르르한 뜨거움이 울컥 거렸다.

 

늙는다는 것은

시린 슬픔이었다.

 

그래도

난망해하며 듬성한 백발의 아내를 연신 보살피는

그 주름진 노인의 모습에서

 

"그래도 당신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린 서글픔이긴 하나

아내를 보살피는 노인의 얼굴에서

부부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