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성장

(자아성장) 미즈넷/결혼, 고민있어요(goodteacher님의 아름다운 글): 내 친구이야기..

밝은하늘孤舟獨釣 2014. 11. 7. 18:47

출처: http://bbs.miznet.daum.net/gaia/do/miztalk/love/weddingtalk/default/read?articleId=289410&bbsId=MT002


내 친구이야기..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솔로 입장에서

 

몇년 전에 결혼한 내 친구 얘기를 해볼까한다.

 

비슷한 나이대에 참 결혼이 많았다.같은해 결혼한 친구만도 6쌍이 넘어가는 해도 있었다..그 비슷한 시기 결혼한 친구다. 학벌이나 인물,직업이 여자치고 나쁘지않아 다 비슷비슷하게.. 같은 직장의 남자들과 갔고, 그런경우 시댁에서 집을 해주거나 해주지않더라도 전세값정도는 지원을 해주고, 지금 애낳은 친구들은 모두 시댁에서 육아를 봐주고 있다..그게 비슷한 조건의 내친구들이 사는 모습이였다.

 

그중 유독 한 친구만 아깝다 싶을정도로 결혼을 했다, 인물도 친구들중 예쁜 편이였고, 대학다닐때도 워낙인기가 많아서 타학교에서도 따라다닌 사람이 있을정도였고, 다른 친구보다 취직이 좀 늦었지만, 훨씬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높은 직책의 고연봉의 일을하다, 처음 계약직으로 일할때 다닌 직장에서 만난 남자랑 결혼을 했다.

 

사귈때도 몇번 남자네 집이 도시도 아니고 여자가 많은집이란 얘기를 들은적이 있어, 설마 결혼까진 안가겠지 했는데...오랜기간 장거리 연애를 마치고 결국 결혼을 하더라,,

 

친구라도 시시콜콜 자세한 얘기까진 하지않는 스타일이여서 자세한 사정은 잘 몰랐지만, 결혼식에서 직장사람들 끼리 들리는 말에도 대체 저 남자가 어떻게 내친구를 꼬셨을까;; 의문이란 말을 들었다..

 

집안이 좀 힘들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고생을 많이 했던 그 친구는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고,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좋은남자 소개시켜주고싶은 친구였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평판이 좋은듯했고, 이직을 하면서 그만뒀던 전직장 사람들도 축하를 하러 올 정도였다..

 

솔직히 그 친구 짝으로는 남자쪽 시댁사람들의 인상이나 인품이 너무나 안좋아보여 시댁결혼사진 찍을때 보면서 한숨이 나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후 한 일년 정도만에 만났는데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시댁서 좀 괴롭히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들어보니 생각이상 무슨 막장 드라마를 넘어서는 수준이였다. 게다가 결혼시 대부분의 비용이나 집값 거기에 혼수예단까지 능력있는 친구가 부담했었고, 그걸 시댁에서도 알고있으면서도 맨몸으로 친정도없이 들어온 여자 취급을 하며 아주 순진한 친구를 자기들 구미에 맞게 시댁이라면 납짝엎드리게 만드려고 한 술수를 부리고 있었다.. 좋은 맘으로 베풀면서 한 결혼에서, 생각지도 않은 시댁식구들의 상식없는 처사에 이 친구는 거의 정리를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이 친구의 인성을 알고있긴 했지만, 왜 그렇게까지 양보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친구는 거거에 대한 아까움을 말하진 않았다, 그냥 그대신 남편은 자기편이 될거란 말만 했다.

한 2-3년 안에 골치아픈일들은 정리할거고, 자기가 그 능력이 안되면 정리하는게 순리일거라고 그 뒤에 일까지도 계획하고 있는것 같았었다..

 

며칠전, 다시 일년만에 만난 친구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그간의 일들은 얘기하지않아도 해결해왔다는걸 알수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엄두가 나지않던 그쪽 시댁식구의 일들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더이상 그일이나, 시댁식구들의 일을 말하지않았고, 욕도 하지 않았으며,

 

밝고 힘찬 얘기들, 제테크에 관한 얘기,,그런 얘기들을 꺼내놓았다..

 

내가 옆에있으면서도 친구라기보단 언니나 그이상의 사람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은근슬쩍 꺼낸 시댁얘기에서도,,, 음..보통사람들은 십년씩 당하고 해결하기도 하고, 몇년 당한일을 십년동안 가슴에 담아두기도 해서 본인 스스로를 갉아먹게 놔두는데...난 그러기엔 너무 낙천적인것 같아... 라고 말하며

너무 힘들때 친정엄마한테 누가봐도 말릴법한 조건의 집에 가는데도 한번도 말리지않았냐고 물은적있었는데 우리딸은 어디가도 잘할 사람이고, 어떤 힘든일도 다 해결할수있는 사람이라 믿고 보냈다고 친정엄마가 말했었는데..본인도 전에는 몰랐던 능력을 결혼하고나서 알게됐다고,,우리엄만 참 대단한것 같다고 웃는 친구를 보고,,, 친구지만 약간의 존경심도 들었다..

 

난 매일 결혼한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사연을 듣는다... 시댁욕, 남편욕,, 이 친구의 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런얘기들,, 매일매일 겪는 흔한 것들로 싸우다 지치는 얘기들..한 4-5년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솔직히 결혼할 생각마저 안든다.

 

비슷비슷한 조건에 다 맞춰서 결혼하고 시댁서 받을만큼 받은 친구들도 매일 결혼한뒤 힘들다는 타령인데, 그중에 이해가 안될정도로 차이가 나는 결혼을 한 이 친구만이 유일하게 항상 희망을 얘기한다.

 

내 나이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에 대해 얘기해도 항상 언제든 늦지 않다고 얘기한다. 학창시절 대학교때는 비슷비슷해보였던 애들이 나이가 들면서, 이친구가 이런 친구였구나 하고 진가를 알기도 한다.

 

그만큼 나도 사람보는 눈이 생겨서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쓸데없는 인연은 줄이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잘해나가야 내 남은 길의 인생도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친구만큼 잘해낼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친구를 두면, 둘이 똑같이 철없이 싸우다가 서로 부모한테 상처를 주고 몇달만에 헤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배울것이 많은친구, 많이 알고, 많이 가진 친구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조금만더 맘이 넓고, 조금만 더 현명하다면, 돈으로 살수없는 큰 가치를 가지고 내인생의 큰 실수를 줄여줄수있을것이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아웅다웅 하나를 양보못해 싸우기만 하는 범인들 중에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아마 십수년 후엔 이 친구가 가장 잘되있을것 같다. 가장 늦게 취직했어도 가장 높이 간것처럼..

 

요즘 남자, 요즘 여자 말 많이 하지만, 요즘에도 꼭 남자 돈만 밝히고, 조건만 밝히는 김치녀만 있는것도 아니고, 요즘남자라고 해서 꼭 처갓댁 덕이라 보려는 남자만 있는 건 아니다..결국은 둘이 만들어가는 결혼생활이 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