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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막 들 / 고은 (1933-)현대시/한국시 2009. 5. 19. 13:29
문막 들 / 고은 (1933- )
남한강 건너 원주 강릉 가는 길
가지 말라
가을 걷이
문막 들 두고
가지 말라
빈 논마다
타작마당 짚 흩어 불놓으니
여기저기
순하디순한 고모부 같은 연기 푸르렀다
가지말라
문막 들 순이 내일 모레면 시집간다
다 빼앗긴 듯한
다 잃어버린 듯한 마음
그 아가씨네 개하고나 정들어
나는 쓰다듬고
개는 꼬리 내둘러
저문 들녘
어느새 초생달 나와 있다
곽씨 마을
이집 저집 다 곽씨여서
나도 덩달아 곽씨 대신 과씨쯤으로 밤이
깊었다.
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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