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스승의 기도 - 도종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5. 16. 15:01

스승의 기도 도종환 시인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 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