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어머니의 오월 - 김근이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5. 28. 10:10

어머니의 오월 - 김근이 시인

 

 

오월이 꽃들을 거느리고

사월이 깔아놓은

초록 숲에 내려앉았다

화려한 귀환이다

 

제법 따가워진 햇볕아래

밀짚모자 눌러 쓰고

밭고랑을 누비시던 어머니의 오월

그 세월만큼이나 서러워지는

오월에 기대여 바라보면

그때 세월이 슬프게 안겨온다

 

아카시아 꽃이 만발한 언덕

오월이 꽂아놓은 깃발이

가슴을 펄럭이게 하는

세월 난간에 선 어머니

 

돌아보면 화살같이 스쳐간

어머니의 세월

그 세월 속에 심어두고 온

눈물 꽃 피우지 못해

죄인으로 돌아간 인생 아쉬워

이 오월을 기다렸을까

 

그 혹독한 보릿고개를

숨차게 오르시는 어머니의

잦은 발걸음에 채이든 오월이

그 세월을 벗어던지고

지금은 왕관을 쓰고

화려하게 돌아오고 있다

 

 

돌아가시기 전인 21년 8월4일 병원진료 마치고 점심 때 구내식당에서 포즈를 취하신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