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습작시

내려가기 / 밝은 하늘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6. 11. 08:59

내려가기 / 밝은 하늘

08/9/3

 

올라가는 건 쉽다

보이니까

 

내려가는 건 어렵다

안 보이니까

 

내려가다가 길을 잃었다

두 주 연속으로

장소는 다르지만

 

내려가가가 무섭다

길을 잃을까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내려감과 죽음은

이웃사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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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작년 늦여름 산행 중에 느낀 소감을 적어본 것이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있더라.

잃는 것은 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감당하기 어려운 지난한 일은

바로 내려감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바닥을 친다는 것(hitting the bottom)은

바로 내려가다 내려가다 바닥에 닿은 것이니 얼마나 힘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