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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님의 아리랑 – 황금찬 시인 (1918-2017)현대시/한국시 2024. 1. 29. 22:13
아래의 詩는 오늘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황금찬 시인은 아주 오래전 라디오에서 이분의 시를 낭송하는 걸, 본인이 구수한 목소리로 직접 낭송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고령이었는데, 이제는 고인이 되셨다. 이번 달은 내 어머니께서 소천하신 달이라, 그것도 불과 몇 년 안 된 지라,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달인데, 황 시인의 시를 접하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어머님의 아리랑 – 황금찬 시인 (1918-2017)
함경북도 마천령, 용두골
집이 있었다
집이라 해도
십 분의 4는 집을 닮고
그 남은 6은 토굴이었다
어머님은
봄 산에 올라
참꽃(진달래)을 한 자루 따다놓고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
와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
입술이 푸르도록 꽃을 먹어도
허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 날에
어머님이
눈물로 부르던
조용한 아리랑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가난도 많지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울고
무산자 누구냐 탄식 말라
부귀와 영화는 돌고 돈다네
박꽃이 젖고 있다
구겨지며
어머니의 유산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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