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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오늘 설날 전례의 말씀 묵상아름다운 인생/종교 2024. 2. 10. 23:33
오늘 설 전례 때 읽은 독서와 복음 묵상
오늘, 설 명절, 미사의 독서와 복음 말씀 중에서, 나에게 의미있게 와닿은 독서는 두 독서 중에서 바로 제2독서의 말씀이다. 야고보서 4, 13-15의 말씀이다. 본문은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여러분,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위 독서에는 두 부류의 화법(사고방식)이 나온다. 첫째, (나는) 오늘이나 내일 어디 가서 지내며 장사하여 돈을 벌겠다. 둘째,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는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전자는 다분히 인간적인 사고방식, 영적이지 않은, 신앙적이지 않은, 나 중심적인, 순전히 세속적인 사고방식이다. 후자는 주님 중심적인, 신앙적인, 영적인 사고방식이다. 나는 어떤 마인드를 지니고 살아가는지 자문하게 된다. 전자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후자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가?
오늘 복음 말씀은 루가복음 12, 35-40의 말씀이다. 본문은 아래와 같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특이한 건 비유 속 주인이 결혼식을 다녀와서 깨어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을 자리에 앉히고 서빙을 한다는 점이다. 보통 하인들은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주인을 위해 음식을 서빙하고 곁에서 주인을 위해 챙기는데, 오늘 복음은 그 반대다. 그래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은 왜 이런 엉뚱한 반응을 하는 것일까? 주인은 하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그래서 그 하인들을 그렇게까지 영광스럽게 대우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렇게 예우를 갖춰 행동한 것이다.
성서가 쓰여진 당시의 주인과 하인은 분명히 갑을관계 이상의 관계, 즉 주종의 관계이다. 주인과 종의 관계이다. 소유주와 피소유물의 관계다. 소유주는 사람이지만, 하인은 사람이 아닌 물건이다. 하인은 진짜 하찮은 존재다.
우리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이런 관계이겠지만, 아무리 우리가 사랑으로 지음을 받았어도 하찮은 존재일텐데, 하느님은 우리를 영광스럽게 해주신다. 우리가 주(Master)이신 분께 충실할 때 말이다. 바로 당신의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말이다. 이런 사실을 오늘 복음은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주인에게 충실할 때 주인은 하인과 같은 존재인 우리에게 이제껏 감히 예상할 수 없었던 영광(glory)을, 영예를, 서프라이즈(놀라움)로 선사하실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주신다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이 작년과 다르게 오늘처럼 새롭게 이해될 수 있음에 진심으로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린다. 다만, 내가 이해한 대로 말씀을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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