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종교

(종교) 오늘 복음(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 묵상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4. 23. 21:17

   오늘 복음(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 루카 23,13-35)에 대한 묵상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늘 복음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은 이렇다.

   첫째, 예루살렘과 엠마오라는 마을은 60 스타디온 떨어졌다고 하니, 1 스타디온이 약 185미터이니, 185*60=11,100미터다. 11킬로의 거리다. 도보로 3시간 거리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는 말이다.

   둘째, 두 제자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다가가신다. 두 사람의 대화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만큼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건이다. 이런 지극히 평범한 순간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예수님은 기도의 순간에 다가오시지 않고, 오늘 본문처럼 거룩하지 않은 일상적인 순간에 다가오신다. 이런 일상이 바로 주님을 만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세속적인 일상이 이 얼마나 신성하지 않은가? 일상의 신성성이랄까.
   셋째, 이렇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갔는데도, 그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왜 그럴까? 신앙이 없어서? 믿음이 부족해서? 답은 오늘 본문에 나와 있다. “침통한 표정이다. 침통한 표정은 마음이 평안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마음속에 슬픔과 절망, 걱정과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가득 차 있는데,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먹어도 맛을 모를 것이며, 잠을 자도 잠잔 것 같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과연 제자들은 알아볼 수 있겠는가?

   넷째, 예수님은 제자들을 나무라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멍청한 놈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걸 믿는 데 그렇게 마음이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런 고난을 겪고서 자신의 영광속에 들어가는 거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해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제자들에게 설명해주셨다.”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다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말씀하시는데, 이 경로라는 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은 직접 발현하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수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간접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말씀하시는 게 우리의 신앙을 보전하는데 유익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다섯째, 본문에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라고 나온다. 언제 우리는, 언제 나는 주님 때문에, 마음이 불타오른 적이 있었나? 물을 수 있다. 마음이 불타오르는 증상은 어디까지나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보기 위한 전조 증상일 뿐이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주실 때 비로소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우리는, 나는, 언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간단한 방법이 있다. 주님은 이웃 형제자매들 안에 계신다고 했으니, “선한 행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예수님이다.” 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진짜 예수님과 달리 진짜 예수님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불완전한 것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예수님을 만나는 길은 기도와 성사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갈 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오늘 복음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 활동이 참으로 거룩함의 경지로 승화되는 것이다. 평범함이 비범함의 경지, 신성함의 경지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우리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소홀히 여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