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지푸라기 – 정호승 시인(1950-)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17. 09:41

아래의 시는 오늘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지푸라기 정호승 시인(1950-)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 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