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1950-)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28. 22:26

   아래의 시는 워낙 유명한 시이다. 나도 전에 정 시인의 어느 시집에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시집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에 본 블로그에 이 시를 업로드 한 것 같은데, 검색하면 안 나온다. 그렇다고 900여 편이나 되는 본 블로그의 현대 한국시를 전부 검색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본래 오늘 지인이 카톡을 보냈는 데 그 속에 이 시를 떠올리는 시 한 편이 있었고,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찾아보았던 것이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시인(195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