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2. 25. 10:1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되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이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시인(1916-1978)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