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환절기 - 임영조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14. 09:37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환절기 - 임영조 시인

 

밖에는 지금

건조한 바람이 불고

젖은 빨래가 소문 없이 말랐다

생나무가 마르고 산이 마르고

도시의 관절이 삐걱거렸다

 

사람들은 늘 갈증이 심해

내뱉는 말끝마다 먼지가 났다

가슴이 마르니까 눈만 커진 채

안부를 물어도 딴전이나 부리며

저마다 귀를 빨리 닫았다

 

저 멀리 좌정한 산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하자

온 마을엔 별의별 풍문이 나돌고

긴장한 나무들은 손을 들고 떨었다

 

세상은 이제

누군가 불만 댕기면

활활 타버릴 인화성 물질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단 한 방울 눈물도 보이지 말고

자나 깨나 불조심

오나 가나 입조심

어쨌거나 요즘은 환절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