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고목을 보며 - 신경림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4. 11. 11:32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시이다.

 

고목을 보며 - 신경림 시인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렇게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닲은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